소설가 발자크
"커피는 내 삶의 위대한 원동력"
프랑스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의 말이다. 발자크는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고리오 영감』을 비롯하여 70여 편의 장편소설과 여러 단편소설, 여섯 편의 희곡과 수많은 콩트를 남겼다. 보통 작가의 10배가 넘는 작품을 창작한 그의 두 손에는 늘 펜과 커피 잔이 들려 있었다. 발자크는 하루 30~50잔의 커피를 마셨다고 하는데, 계산해 보면 평생 3~5만 잔의 커피를 마신 셈이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발자크 평전』에서 발자크의 하루를 이렇게 묘사한다.
"한밤중에 일어나 여섯 자루의 촛불을 켜고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시작이 반. 눈이 침침해지고 손이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4시간에서 6시간 정도가 훌쩍 지나간다. 체력에 한계가 온다. 그러면 의자에서 일어나 커피를 탄다. 하지만 실은 이 한 잔도 계속 글쓰기에 박차를 가하기 위함이다. 아침 8시에 간단한 식사. 곧 다시 써내려간다. 점심시간 때까지. 식사, 커피. 1시부터 6시까지 또 쓴다. 도중에 커피."
6시에 ‘저녁밥을 주둥이에 처넣고’ 잠자리에 든 발자크는 다시 자정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책상에 앉는다.
“12시간 동안 흰 종이 위에 검은 글씨를 마냥 갈겨 놓는 거야, 누이동생. 이렇게 한 달을 생활하고 나면 꽤 많은 일이 이루어지거든.”
발자크가 쓴 편지 일부다. 몸이 좋지 않을 때도 최소 9시간, 보통 14시간. 발자크는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평균 12시간씩 글을 썼다. 온종일 책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펜대를 굴렸다. ‘문학노동자’, ‘글 공장’이 그의 별명이었다. 그는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맹목적으로 글을 쓴 것일까?
발자크는 막대한 빚에 시달렸다. 영 소질이 없는데도 출판업, 인쇄업, 주조업 등 여러 사업에 손을 댔고, 번번이 실패했다. 그는 “1828년에 나는 살아가면서 12만 5천 프랑의 빚을 갚기 위해 내 펜밖에 없었다.”라고 쓰기도 했다. 생활비를 벌고 빚을 갚기 위해 기계처럼 글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편 글쓰기는 사랑을 성취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발자크는 서른 초반 알게 된 폴란드의 귀부인 한스카 백작부인에게 한눈에 반했다. 문제는 백작‘부인’이라는 것, 즉 그녀는 유부녀였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남편이 있었지만 발자크는 매일 열렬한 구애를 멈추지 않았다. 결국 한스카 백작부인은 남편이 죽으면 당신과 결혼할 것을 약속한다. 빚을 갚고 결혼 자금을 마련하고 백작부인에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해 발자크는 더욱 글쓰기에 매진한다. 그리고 마침내 18년간의 기다림 끝에 한스카 백작부인과 결혼하게 된다. 꿈을 이루었기 때문일까, 발자크는 결혼한 지 반년도 못 되어 세상을 떠난다. 사인은 과로와 카페인 중독. 기다림의 세월 동안 백작부인에게 보낸 편지를 엮은 서간집 『이국 여인에게 보낸 편지』에는 그녀의 사랑을 구하면서도 무거운 빚과 작품의 완성에 몸부림치는 발자크의 생활이 여실히 드러난다.
커피 프렌차이즈 발자크커피
발자크는 과학논문에 커피를 찬미하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고, 어떤 책은 오직 커피 덕분에 완성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의 말대로 커피는 신고한 삶을 견디게 해주는 위대한 원동력이었다. 독일에는 ‘발자크 커피’라는 커피 프랜차이즈가 있다. 그의 이름을 딴 커피 프랜차이즈가 있다는 데서 위대한 소설가의 커피 사랑이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다.
글쓴이: 이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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