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모를 쓰고 커피를 마시는 노신사
드로잉 작품 〈중산모를 쓰고 커피를 마시는 노신사〉는 중산모를 쓰고 옷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노인이 커피를 마시기 직전의 모습을 담고 있다. 오른손으로는 접시를 다른 손으로는 커피 잔을 들고 있는 노신사는 당장이라도 커피를 마실 태세다. 〈밤의 카페테라스〉는 커피와 관련된 반 고흐의 그림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반 고흐는 대표작을 쏟아낸 프랑스의 아를에서 지내는 동안 매일 커피를 마셨다고 한다. 〈밤의 카페테라스〉는 그가 커피를 마시던 골목 카페의 밤 풍경을 묘사한 그림이다. 반 고흐는 그림 속 카페에 며칠간 머물며 그림을 완성했다. 예전 모습을 그대로 복원하여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카페는 지금도 반 고흐를 사랑하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반 고흐 동생 테오 (Theodorus van Gogh, 1857 ~1890)
평생 단 한 점의 그림만을 팔며 불안정한 삶을 산 반 고흐에게는 네 살 아래 동생 테오가 있었다. 테오는 반 고흐의 재정적 후원자이자 마음의 안식처였다. 우리가 반 고흐의 인생을 잘 알 수 있는 것도 그가 동생과 주고받은 600여 통의 편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이런 대목도 있다.
"계속 그림을 그리려면 이곳 사람들과 함께하는 아침 식사와 저녁에 찻집에서 약간의 빵과 함께 마시는 커피 한 잔은 꼭 필요하다."
동생이 보내주는 돈을 그림 재료 구입과 모델비로 썼던 고흐는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 어려웠다. 그는 1886년 2월 동생에게 쓴 편지에
"1885년 5월 이후로 따뜻한 식사를 한 것은 오직 6번뿐이었다.”
라고 적기도 했다.
밤의 카페테라스
1888년 2월 아를로 이주한 고흐는 2년 후 생을 마치기 전까지 예술혼을 불사른다. 〈밤의 카페테라스〉를 포함해 〈별이 빛나는 밤〉, 〈자화상〉, 〈고흐의 방〉, 〈해바라기〉 등 그의 대표작이 이 시기에 창작되었다. 생활은 여전히 곤궁하여 나흘 동안 아무것도 못 먹고 커피만 23잔을 마신 적도 있었지만, 반 고흐는 붓끝을 멈추지 않았다. 반 고흐에게 커피와 술은 삶의 빈한함과 내면의 소용돌이를 견딜 수 있게 하는 힘이었다. 그는 커피와 술로 자신을 위로하고 또 자극하며 어떻게 하면 자기가 원하는 색감을 표현할 수 있을지를 깊이 고민했다. 카페 벽과 차양의 섬세한 노란색, 전등 빛에 물들어 다채로운 돌길, 가깝게는 코발트블루와 멀게는 검은색으로 표현한 길가의 집들… 〈밤의 카페테라스〉가 보여주는 환상적인 색감은 그 열정의 결과물이다. 반 고흐는 커피를 마시며 커피를 그렸다.
글쓴이 , 이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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