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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에 쓰다

예멘 모카 마타리와 빈센트 반 고흐(1/2)

   빈센트 반 고흐만큼 우리에게 잘 알려진 화가도 드물 것이다.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살면서 반 고흐의 그림 몇 점쯤은 마주치게 마련이고, 한 번이라도 그림을 봤다면 그 강렬한 인상을 잊기가 쉽지 않을 터이다. 그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귀를 자른 광인, 생전에 인정받지 못한 비운의 작가, 노란색, 프랑스 남부의 아를, 해바라기, 동생 테오 등을 반 고흐라는 이름과 함께 떠올릴지 모르겠다. 반 고흐를 생각하며 예멘 모카 마타리를 마시는 사람이라면 그의 팬이라 할 만하다. 반 고흐는 커피, 그중에서도 예멘 모카 마타리를 몹시 좋아했다.



커피포트가 있는 정물




"반 고흐와 소통하려면 예멘 모카 마타리를 마셔야 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대표적인 커피 마니아로 문학계에 김현승과 발자크, 음악계에 바흐와 베토벤이 있다면 미술계에는 반 고흐가 있다.

아라비아반도 남서쪽의 예멘은 인류가 최초로 커피를 경작한 곳이다. 남쪽으로 홍해와 인도양에 연한 이곳은 ‘초록의 아라비아’라고 불릴 만큼 식물이 무성하고 비도 많이 내린다. 대부분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지형은 미네랄이 풍부하여 커피 재배에 이상적이다. 예멘의 항구인 ‘모카’는 사막화로 인해 인제 배가 못 뜨지만 한때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커피를 수출했었다. 사람들은 그중에서도 산간 지대인 ‘베니 마타르’에서 생산하여 수출한 것을 최고급으로 쳤다. 예멘 모카 마타리라는 이름은 즉 예멘의 베니 마타르에서 생산하여 모카항에서 수출한 커피라는 뜻이다. 

진한 다크 초콜릿의 풍미가 있는 예멘 모카 마타리는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 하와이안 코나와 더불어 세계 3대 커피로 일컬어진다. ‘커피의 여왕’으로도 불리는 이 커피의 또 다른 별명이 ‘반 고흐의 커피’다. 스스로 가슴에 권총을 쏘기까지 37년의 세월 동안 반 고흐는 이 커피를 즐겨 마셨다.




예멘 마타리



   반 고흐의 초기 대표작인 〈감자 먹는 사람들〉에는 커피를 따르는 아낙이 등장한다. 반 고흐는 농부들의 식사 장면을 통하여 농촌의 고된 현실을 표현하고자 했다. 일설에 따르면 이 그림이 창작된 1880년대의 커피는 농부가 결코 마실 수 없는 귀족의 기호식품이었다고 한다. 이 무렵 밀레처럼 농촌의 애환을 그리는 ‘농민 화가’가 되고 싶었던 반 고흐는 그래서 그림으로나마 농부들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대접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그의 그림에는 커피가 종종 등장한다. 〈수염 난 얼굴 모양 단지와 커피 빻는 도구〉, 〈커피포트가 있는 정물〉 등은 커피 기구를 그린 정물화다.




감자 먹는 사람들



수염난 얼굴 모양 단지와 커피 빻는 도구




글쓴이 : 이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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