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도 다소 까다로운 편인데다가 마시는 양은 많고, 이러다보니 자가 로스터의 길을 걷게 되었다. 처음에는 수제 수망 로스터로 시작했다. 수망 두 개의 끝을 철사로 엮어 뒤집기용 양면 프라이팬 같은 모양으로 만드는 수망로스터는 직화구이라서 비교적 커피도 빨리 볶이고 실패할 확률이 낮은 것이 장점이지만, 이게 욕심껏 한 500g의 생두를 넣고 계속 흔들자면 워낙에 체력이 필요하다. 나는 어깨가 강력한 편이라서 수망 로스팅을 무려 2년을 넘게 했지만, 정작 로스팅의 가장 큰 적은 연기였다.
커피는 일종의 견과라서 열을 가하면 두 번 정도 몸이 부푸는 과정이 오는데, 보통 두 번째 몸이 부풀 때 타타타탁 하는 소리가 나고, 연기가 심하게 발생한다. 더욱이 이 시점이 커피의 맛이 결정되는 시점이라서 매우 중요하다. 2차 파핑이 오고 나서 한 30초 정도의 시간 안에 가해지는 열과 볶임의 정도 차이로 커피는 정말로 다양한 맛을 가지게 된다. 물론 이 30초 안에 커피를 숯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 게다가 이 연기는 그 속에 커피 기름 성분을 같이 가지고 있어서 매우 잘 들러붙는다. 집 주방이나 베란다 같은 데서 커피를 볶으면 한 2주 정도까지는 커피 그을린 냄새를 견뎌야 한다. 단독주택이나 옥외 로스팅 장소나, 그도 아니면 환풍 시설과 집진 설비가 잘 갖춰진 로스팅룸을 갖는다면 모를까 아파트 같은 곳에서 많은 양의 커피를 볶는다면 필시 이웃들의 불만을 사게 될 것이다. (아파트 산책로에서 밤에 몰라 커피를 볶다가 소방차가 오기 직전의 상태에도 간 적이 있다.)
로스팅을 하게 되면 맛을 원천적으로 설계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경비 절감이라는 면에서 커피돼지의 신분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직접 볶기 때문에 세 번에 한 번 꼴로는 커피를 조금씩 나눠 먹을 수도 있다.
(계속…)
이현승 / 1996년 《전남일보》, 2002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아이스크림과 늑대』 『친애하는 사물들』 『생활이라는 생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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