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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에 쓰다

블랙커피(Black Coffee) / 사라 본(Sarah Vaughan)

정말 너무 외로워 / 밤새 한숨도 못 잤어 / 밤 아홉 시부터 새벽 네 시까지 방 안을 왔다 갔다 / 그 사이사이 블랙커피를 마시고 / 사랑은 금방 내린 싸구려 커피 / 난 정말 일요일이란 것도 모르고 살 거야 / 이 방에선 늘 평일 같으니까

난 그림자와 얘기를 나눠 / 새벽 한 시부터 네 시까지 / 하나님, 시간이 왜 이리 더딘가요 / 내가 하는 일이라곤 그저 블랙커피 따르는 것뿐 / 우울함이 내 눈을 사로잡은 뒤로 / 난 계속 월요일에만 머물러 있어 / 내 일요일 꿈들은 말라가고 

남자는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지만, / 여자는 눈물을 흘리고 조마조마하기 위해 태어나 / 집에서 오븐 곁을 지키며 / 커피와 담배로 과거에 대한 후회를 털어내지

난 아침 내내 멍하니 앉아 있고 / 밤새 끙끙 앓아 / 그러면서 계속 담배 피워대고/ 블랙커피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 정말 한없이 가라앉는 기분이야 / 정말 미치겠어 / 사랑하는 그 사람이 어쩌면 /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 때문에




§ 보통 크림과 설탕을 넣지 않은 커피를 ‘블랙커피(Black Coffee)’라고 한다. 본래 블랙커피는 크림을 넣은 ‘화이트커피’에 대하여 크림을 넣지 않은 커피를 가리켰다. 요즘에는 설탕을 넣지 않아도 블랙커피라고 부른다. 여타 첨가물을 넣지 않은 까닭에 블랙커피는 커피 본연의 쓴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곧잘 인생의 쓴맛에 비유되는 이 블랙커피를 즐겨야만 어른이라는 말은 이제 클리셰가 되었다. 어린아이가 어른을 흉내 내려고 블랙커피를 마셨다가 금세 얼굴을 찌푸리며 혀를 빼무는 장면 따위가 그렇다. 


위의 글은 노래 〈블랙커피〉의 영어 가사를 번역한 것이다. 이 노래에서도 블랙커피는 인생의 맛이자 어른의 맛이다. 〈블랙커피〉는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여인의 심정을 절절하게 그린다. 그이가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혼자 있는 외로움에 잠들지 못하는 여자는 계속 블랙커피를 마신다. 블랙커피는 여인의 위안거리이자 유일한 친구다. 이 노래를 들으면 한 손에 블랙커피가 담긴 잔을 들고 종일 초조한 발걸음으로 집 안을 서성이는 여자의 모습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오른다.




〈블랙커피〉는 재즈보컬의 전설인 사라 본이 1948년 발표한 곡이다. 작곡가 소니 버크가 곡을 만들고, 폴 프란시스 웹스터가 가사를 썼다. 사라 본 외에도 페기 리, 엘라 피츠제럴드, 레이 찰스, 줄리 런던, 파트리샤 카스 등 수십 명의 쟁쟁한 음악인이 이 노래를 다시 불렀다. 같은 커피라도 어떤 바리스타의 손을 거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듯 이 노래 역시 가수에 따라 느낌이 크게 다르다. 사라 본의 노래가 우울한 블루스풍이라면, 페기 리의 〈블랙커피〉는 관능적이고, 줄리 런던의 목소리는 좀 더 퇴폐적이다. 〈블랙커피〉를 듣는 가장 큰 즐거움은 입맛에 맞는 커피를 고르듯이 제 취향에 맞는 분위기의 노래를 찾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블랙커피〉, 사라 본

https://www.youtube.com/watch?v=CRyN9wQ1taY


〈블랙커피〉, 엘라 피츠제럴드

https://www.youtube.com/watch?v=NjOoD94ucEQ


〈블랙커피〉, 줄리 런던

https://www.youtube.com/watch?v=iFN_Iu_PD-g


〈블랙커피〉, 페기 리

https://www.youtube.com/watch?v=GVnrEh56f_g


글쓴이 : 이현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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