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 쓰다 (45) 썸네일형 리스트형 에드워드 호퍼 / 밤을 새는 사람들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 7. 22.~1967. 5. 15.)는 사실주의 화풍으로 유명한 미국의 화가입니다. 그는 양차 세계대전과 경제대공황을 겪은 20세기 미국인의 삶과 그들의 내면을 독창적으로 표현한 작가로 평가받습니다. 주로 현대 도시인의 생활을 다룬 그의 작품을 지배하는 정서는 소외감과 고독감입니다. 이러한 에드워드 호퍼만의 개성이 잘 드러난 〈밤을 새는 사람들(Nighthawks)〉은 현대미술사상 가장 많은 불법 복제품이 만들어진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대도시의 한 단면을 묘사한 반세기 전 그림이 지금껏 이렇게 사랑받는 것은 이 그림이 환기하는 바가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일 겁니다. 밤을 새는 사람들 / 에드워드 호퍼 〈밤을 새는 사람들〉은 밤중에도 조명을.. 선부(船夫)의 노래 / 오장환 커피 한 잔에 온 밤을 흥분한다.죄그만 계집애를 보는 눈의 피로함이여! 싫다!하건만 의지(依持) 없는 마음은 무거워 무거워 쇠갈구리 닻 모양, 회한의 구렁에 가라앉었고.이 밤이여! 이 밤이여!풍염(豐艶)한 멜로디와 춤에 얼리어분별없는 스텝은 쇠약한 마음을 함부로 짓밟으며견딜 수 없는 괴로움이 축음기 바늘처럼 돌아가도다.발길에 채이는 권태로다.슬픔과 슬픔의 조약돌이여!커피 한모금에 목을 축이어이제 나는 누구와 비애를 상의해보랴싫다!젊음의 의기와 만용을 낭비한 다음쇠잔한 마음속의 나의 청춘은 떠나갔거늘배를 젓는 사공이여!씩씩한 사람이여!비린내에 젖은 어포(漁浦)에 표류하야 온 청춘의 항로를 그르치었고,녹슬은 닻, 회한의 쇠갈구리는 어두운 해저에 잠기었거늘우중충한 커피잔이여!맑은 적 없는 붉은 다수(茶水)여!.. 가비와 커피 영화 〈가비〉는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 ‘따냐(김소연 분)’와 그녀를 사랑한 스파이 ‘일리치(주진모 분)’, 그리고 조국을 등진 조선계 일본인 ‘사다코(유선 분)’가 고종 암살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영화는 실재 역사에 커피로써 고종을 독살한다는 상상을 보탠 대체 역사물로서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를 다룬 김탁환의 팩션 『노서아 가비』가 원작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 애호가로 알려진 고종. 〈가비〉는 그의 곁에 커피를 내려주던 바리스타가 있었을 것이라는 상상에서 비롯한다. 영화는 허구적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고종이 커피를 좋아했다는 이야기의 뼈대만큼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고종과 커피에 관해 널리 알려진 이야기 중 하나가 고종이 아관파천 때 처음 커피를 접했다는 것이다. 〈.. 착한커피 / 정유경 착한커피 / 정유경 엄마, 그 커피착한 커피지요?아프리카 어디더라, 그건 기억 안 나도거기서 커피 만드는 사람들을행복하게 해 주어서 착한 커피라고엄마가 어제 살 때 그러셨지요. 엄마,갑자기 궁금해졌어요. 여기 식탁이랑 냉장고랑 가스레인지랑 밥통도 착한가요?여기 숟가락이랑 젓가락이랑 포크도 착한가요?엄마가 들고 있는 그 머그잔도 착한가요?내가 지금 마시는 이 우유는요?착한가요? 착할까요?이걸 만든 사람들은 행복할까요? 그리고 엄마,나는요?나도 착한 아이인가요? ; 이 시에는 ‘착한 커피’에 대한 주석이 달려 있다. “불필요한 커피 유통 과정을 없애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가깝게 연결함으로써 커피에 합리적인 값을 매기는 공정무역 커피를 가리키는 말.” 주지하다시피 ‘공정무역’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불공정한.. 연습 / 김혜수 연습 / 김혜수 자판기 커피를 마신다종이컵에 새겨진 ‘조금 많이 행복한 오늘 되세요’라는 문구 때문에 나는 행복해진다내 커피는 점점 달아진다너무 단것들은 종종 나를 망쳐왔다행복도 불행도 습관일 뿐습관은 프리싸이즈먹이를 통째로 삼키는 보아뱀처럼무엇이든 담을 수 있다장난감 권총으로도 비행기를 납치할 수 있듯종이컵으로도 행복을 연습할 수 있어야 한다햇살을 퍼담는 손거울, 비눗방울미확인 비행물체, 다마스쿠스라는 말을 발음할 때 일어나는 바람 따위로?그것은 가능한 일일까?물증은 없으나 심증은 조금 많은행복한 오늘?그랬으면 좋겠다불행에도 자동 온도조절장치가 있어비등점을 넘어서지 않을 만큼만끓다가 잦아들면 좋겠다……아무래도 이건아니다 (이다)커피를 다 마시고‘조금 많이 행복한 오늘 되세요’가 새겨진종이컵을 휴지통에 .. 예멘 모카 마타리와 빈센트 반 고흐(2/2) 중산모를 쓰고 커피를 마시는 노신사 드로잉 작품 〈중산모를 쓰고 커피를 마시는 노신사〉는 중산모를 쓰고 옷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노인이 커피를 마시기 직전의 모습을 담고 있다. 오른손으로는 접시를 다른 손으로는 커피 잔을 들고 있는 노신사는 당장이라도 커피를 마실 태세다. 〈밤의 카페테라스〉는 커피와 관련된 반 고흐의 그림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반 고흐는 대표작을 쏟아낸 프랑스의 아를에서 지내는 동안 매일 커피를 마셨다고 한다. 〈밤의 카페테라스〉는 그가 커피를 마시던 골목 카페의 밤 풍경을 묘사한 그림이다. 반 고흐는 그림 속 카페에 며칠간 머물며 그림을 완성했다. 예전 모습을 그대로 복원하여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카페는 지금도 반 고흐를 사랑하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 예멘 모카 마타리와 빈센트 반 고흐(1/2) 빈센트 반 고흐만큼 우리에게 잘 알려진 화가도 드물 것이다.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살면서 반 고흐의 그림 몇 점쯤은 마주치게 마련이고, 한 번이라도 그림을 봤다면 그 강렬한 인상을 잊기가 쉽지 않을 터이다. 그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귀를 자른 광인, 생전에 인정받지 못한 비운의 작가, 노란색, 프랑스 남부의 아를, 해바라기, 동생 테오 등을 반 고흐라는 이름과 함께 떠올릴지 모르겠다. 반 고흐를 생각하며 예멘 모카 마타리를 마시는 사람이라면 그의 팬이라 할 만하다. 반 고흐는 커피, 그중에서도 예멘 모카 마타리를 몹시 좋아했다. 커피포트가 있는 정물 "반 고흐와 소통하려면 예멘 모카 마타리를 마셔야 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대표적인 커피 마니아로 문학계에 김현승과 발자크, 음..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그리고 커피 "커피 드시겠어요?"소년이 물었다. "이 선구들을 배에 날라 놓고 나서 들자." 그들은 새벽에 어부들을 위해 일찍 여는 음식점으로 가서 연유통으로 커피를 마셨다. (…중략…) "곧 돌아올게요. 커피를 한 잔 더 드세요. 여기서는 외상이 통하니까요."소년은 맨발로 산호 바위 위를 걸어 미끼를 맡겨 둔 얼음집으로 걸어갔다. 노인은 언제부터인가 먹는 것이 귀찮아져서 점심 도시락은 잊은 지 오래였고, 그가 종일 필요로 하는 것은 오직 뱃머리에 있는 물 한 병뿐이었다. 오늘도 종일 견뎌야 하기 때문에 소년이 한 잔 더 권하는 커피를 거절하지 않고 천천히 마셨다.―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중에서 미국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받은 『노인과 바다』는 헤밍웨이의 대표작이다. 이 중편소..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아리는 일 있을까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너였다가 너였다가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아주 먼 곳에서 나는 너에게 가고아주 오랜 세월을 다해 너는 지금 오고 있다아주 먼 곳에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을 너를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 어느 카페일 것이다. 문을.. 음악의 아버지와 악성(樂聖)의 커피 사랑 작가 중 유명한 커피 마니아로 김현승 시인과 소설가 발자크를 꼽는다면, 음악인 중에는 바흐(Johann S. Bach)와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이 있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_ Johann S. Bach 1700년대 초반 아라비아에서 유럽으로 커피가 전해지면서 ‘음악의 아버지’ 바흐가 활동했던 독일에도 엄청난 커피 열풍이 일었다. 당시 의사들은 건강을 해친다는 이유로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했는데 여성에게는 더욱 그랬다. 1729년부터 1742년까지 대학생 연주단체인 ‘콜레기움 무지쿰(Collegium musicum)’의 비공식 음악 책임자로서 많은 칸타타와 클라비어 협주곡을 작곡한 바흐는 이때 커피를 마시고 싶은 여성의 심정을 대변해 곡을 하나 쓴다. 〈커피 칸타타〉라는 이름으로.. 커피에 살고 커피에 죽은 소설가 발자크 소설가 발자크 "커피는 내 삶의 위대한 원동력" 프랑스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의 말이다. 발자크는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고리오 영감』을 비롯하여 70여 편의 장편소설과 여러 단편소설, 여섯 편의 희곡과 수많은 콩트를 남겼다. 보통 작가의 10배가 넘는 작품을 창작한 그의 두 손에는 늘 펜과 커피 잔이 들려 있었다. 발자크는 하루 30~50잔의 커피를 마셨다고 하는데, 계산해 보면 평생 3~5만 잔의 커피를 마신 셈이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발자크 평전』에서 발자크의 하루를 이렇게 묘사한다. "한밤중에 일어나 여섯 자루의 촛불을 켜고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시작이 반. 눈이 침침해지고 손이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4시간에서 6시간 정도가 훌쩍 지나간다. 체력에 한계가 온다. 그러면 의자에.. 이전 1 2 3 4 5 다음